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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PTSD에 시달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한참 지나서 젊은 날을 돌아보며 마티아스에게서 왜 더 빨리 벗어나지 못했는지 구구절절 변명에 가까운 설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실은 PTSD 때문이었을 것이다. T에서의 학살이 있고 몇 년 지나지 않았으니 조각난 상태, 무척 조종당하기 쉬운 상태이지 않았을까? 할머니에게 그 점 을 짚어 알려주고 싶었다. 21세기 사람들은 20세기 사람들을 두고 어리석게도 나은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몰아세우지만, 누구든 언제나자기방어를 제대로 할수 있는 온전한 상태인 건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다. 그러니 그렇게 방어적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고, 기억을 애써 메우지 않아도 된다고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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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는 갑甲 처음으로 오는 최상의 것, 뛰어나고 단단한것이란 의미로 병풍에 자주 그려지던 동물이었다. 그것은 아시아 사람들에게만 보편적이고 익숙했을 시각적 코드였다. 그때도 엄마가 했던 작업은 언어에 맞닿아 있었던 걸까, 경아는생각했다. 그리고 홀로 던져진 상태에서 갑옷을 원했던게 아닐까 하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