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별개로, 뇌의 한구석에 숨겨진 콘크리트 벙커 속에서 웬 작은 인간이 제어반에 앉아 있다. 이 작은 인간은 나노칩, 구식 진공관, 쭈글쭈글한 고대 양피지, 어머니의 꾸짖음이 응축된 결정, 이글거리는 지옥불, 상식의 못 등등으로 이뤄졌다. 한마디로, 물컹물컹한 생물학적 뇌 성분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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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밖의 상황에서는 늘 작은 인간이 결정을 내린다. 당연히 그는 뇌가 보내는 신호와 정보를 모두 꼼꼼히 살피고,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고, 신경생물학 저널을 훑어보고, 모든 사항을 고려한 뒤, 심사숙고 끝에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를 결정한다. 뇌 속에 있지만 뇌의 일부는 아닌 그 작은 인간은 현대 과학을 이루는 우주의 유물론적 법칙과는 무관하게 작동한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경감된 자유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