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은 개수에서도 차이가 났는데 여자와 관련된 속담이 더 많았다. 어쩌면 당연한지도 몰랐다. 속담도 일종의 일반화니까. 남자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왔고 여자들은 여자 일반으로 살기를 강요당했다. 그런 식으로 사전에는 인간의 온갖 차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애초에 사전이라는 것이 인간 행위의 다수 항으로 만든 것이니까 당연했다. 인간적이라는 말은 그런 것이다. pp.266
나는 기영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아무 뜻 없는 비명을 질렀다. 계속 질렀다. 기영의 말을 멈추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설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말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비명이 내가 느끼는 감정과 가장 흡사했다. pp.266
비명만큼 압축적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언어가 있을 수 있을까. 비명은 나의 언어였다. 그 순간 내게 가장 논리적이고 합당한 말이었다. 나는 사력을 다해 말하고 있었다. pp.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