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이었나 올해초였나, 독파 설문 이벤트에 당첨되어 블라인드북으로 이 책을 선물받았다. 작은 크기의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표지부터 왠지 섣불리 다가서기는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독파 챌린지에 이 책이 올라왔기에 반가운 마음에 신청했다.
생각보다 빨리 읽기는 어려웠다. 문장 하나 하나가 다른 중력을 가진 듯했다. 어떤 물건을 가벼운 줄 알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묵직해서 놀란 그런 느낌.
줌토크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사실 이 작품은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되었던 것을 거의 반 정도로 줄여서 단행본으로 낸 것이라고 한다. 비록 과거의 내용을 위주로 삭제했다고 하지만 그 밀도는 더 높아져서 중력도 더 커진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슬픔'을 다루고 있다. 슬픔은 늘 무거운 주제다. 그중에서도 부모로서 가장 큰 슬픔이라면 더 그렇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지만 나는 슬픔을 나누면 더 커진다고 생각한다. 더 증폭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제목이 <수면 아래>이지만 사실은 수면에서 출렁이는 물결이라고 생각된다. 작품 전반적인 느낌처럼 잔잔하지만 그렇다고 고요하지는 않은 물결.
또 어느 부분에서는 수면에서 좀 더 깊은 부분까지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래'라는 단어에는 하한이 없고 상한만 있기 때문에 그 수면 아래에서는 모두가 마찬가지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표면에서는 빛이 느껴지지만 심연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 이 책은 슬프면서도 수면에서 반짝이는 윤슬이 수면 아래까지 전달되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해인도 아마 그러한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 싶다. 더욱이 그의 주변 인물들은 해인의 그러한 파동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는 듯 싶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그리고 '해동중고'라는 그의 직장이 의미하는 것은 비록 중고여도 손질을 하고 깨끗이 씻어내면 새로운 쓸모가 생긴다는 것일까. 과거의 아픔, 슬픔도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겠지만 그것도 시간의 흔적만을 남기고 재생을 할 수 있을까. 우경과 해인 중에서 누가 더 그러한 쪽에 가까운 결정을 한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한강 작가님이 생각났고, 또 박영 작가님도 떠올랐다. 그렇게 슬픔을 이야기하는 작가들과 작품들을 떠올렸는데 비슷한 듯 하면서도 차이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것은 슬픔이 가진 보편적이면서도 다른 속성 때문이겠지. 모든 슬픔은 같으면서도 또 다르고, 어떤 슬픔은 또 어떤 슬픔보다 더 크기도 하니까.
책을 다 읽고 줌토크를 보고 나니 놓친 부분들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회되면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그때의 느낌은 어떠할까?
p.s. 이주란 작가님의 신간 <별일은 없고요?>도 구매했다. 이 책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