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 밑으로 엄마는 내 오른발을 잡아 엄지손가 락으로 부드럽게 문질러주었다. 담요의 따스함과 엄마의 손길에 아기였을 때 엄마 등에 업혀 어깨 사이에 뺨을 기대던 때가 생각 났다. 오리건에 계신 외할머니와 진호네를 방문했을 때 전기장 판에서 엄마랑 같이 누워 자던 그 모든 기억도. 엄마 옆에 다시 눕고 싶다는 참을 수 없이 강렬한 갈망이 나를 덮쳤고, 이내 내 가 바랐던 바로 그 일이 이미 일어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두 마디 대화를 나눈 걸 제외하고, 우리는 67분이라는 시간 을 거의 소파에 누워서 조용히 흘려보냈다. 폭신한 한국 이불 밑 에 들어가 서로의 몸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자 긴장이 녹아 내렸다. 괘종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를 따라 우리 숨결도 오르 내렸다.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면서. 시계가 7시를 가리키며 시 간이 다 되었음을 알릴 때까지 우리는 계속 그렇게 있었다. p.441
떠나려는데, 회한이 찌르는 듯이 가슴에 사무쳤다. 이미 작별 인사를 하고 계단을 두 칸 내려왔지만, 어쩐지 뒤를 돌아보게 됐다.
"엄마, 이것만 생각해요. 우리 다음에 만날 땐 봄이 와 있을 거 야." 나는 말했다. "그러면 치즈버거 시즌이죠." p.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