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상황에서 유가족과 생존자. 생존자 가족의 이해관계는 상황에 따라 일치할 수도 있고 또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복잡한 관계를 드러내고 인정하는 것이 더 나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중요한 시작 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를 마무리하며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사이의 차이나 갈등에 대한 이야기는 최소한으로만 포함시켰습니다. pp.147
사망한 46명의 장병은 화랑 무공훈장을 받으며 숭고한 희생을 한 존재가 되었지만, 살아남은 58명의 장병은 패잔병이라는 부당한 낙인과 싸워야 했고 폭침 이후 얻은 PTSD로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서 국가유공자가 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pp.150
이 대답에는 생존장병들이 함께 살아돌아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망한 동료들과 유가족들에 대해 느끼는 죄책감, 그리고 폭침에서 죽지않고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느껴야 했던 모욕감이 섞여 있는 것입니다. pp.151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가 된다는 일은 간단치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피해자의 이미지에서 어긋나는 이들에게 마음을 내주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살아남은 이들은 피해자라기보다 운이 좋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재 난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한국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습니다. pp.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