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거성이 연료를 다 써버려 붕괴하기 시작할 때처럼 너무 큰 질량이 매우 작은 면적에 집중될 때 일어났다. 슈바르츠실트의 계산에 따르면 그런 경우에는 시공간이 단지 휘어지는 것이 아니라 찢어진다. 항성이 짜부라들어 밀도가 계속 커지다보면 중력이 너무 세지는 바람에 공간이 무한히 휘어져 스스로를 감싸고 만다. 그 결과는 우주의 나머지 부분과 영영 단절되어 빠져나갈 수 없는 심연이다. 사람들은 이를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라고 불렀다. pp.40/209
처음에는 슈바르츠실트 본인조차 이 결과를 수학적 기현상으로 치부했다. 하긴 물리학은 종이 위의 숫자에 지나지 않는 것, 현실의 사물을 표상하지 않는 추상, 단순한 계산 착오로 가득하지 않던가. 그의 결과에 들어 있던 특이점은 실수, 기현상, 비현실적 환각 중 하나가 분명했다. pp.41/209
슈바르츠실트는 자신이 만들어낸 역설의 논리적 해법을 찾으려고 시도했다. 내가 자만한 탓일까? 재기가 지나쳐 오히려 나 스스로 발등을 찍은 걸까? 하긴 현실에는 완벽하게 구형이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전하가 아예 없는 항성 같은 것은 없으니까. 이 기현상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이상적 조건을 세상에 대입하려다 생긴 것이 분명해. 특이점은 상상 속 괴물에 불과하다고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종이호랑이, 중국의 용일 뿐이라고. pp.41/209
슈바르츠실트는 자신의 발견을 아인슈타인에게 알리기로 한 바로 그날 러시아에서 아내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서 자신의 내부에서 자라기 시작한 이상한 것에 대해 불평한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억누를 수 없는 힘으로 나의 모든 생각에 어둠을 드리워. 그건 형태나 차원이 없는 공허, 볼 순 없지만 온 영혼으로 느낄 수 있는 그림자야." pp.4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