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서둘러 지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밤이 서두르기를 원하지 않았 다. 내일 아버지는 시작한 말을 마무리할 터였다. 그녀가 거기까지 알 게 되었으니, 그는 "이 얘기도 해야겠구나"라고 조용히 말할 것이고, 진실을 고백하면서 용서를 구할 터였다. 그녀는 아버지가 진실을 숨긴 걸 원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해했다. 아버지가 이미 설명했으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아직 다 하지 못한 말을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고 느낄 테니까. p.238
서실리아는 그걸 알고 있었으며, 그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기술을 모방했다. 그리고 더이상 밝혀질 게 없었기에 그의 계속되는 침묵을 허용했다. 그 고독한 여자들은 삶을 조금은 멋지게 꾸며주는 환상을 키웠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어머니 없는 소녀들을 찾아내어 친구가 되려 했다.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들의 모호한 세계, 허세 섞인 감행과 가장 이야깃거리가 되는 드라마에는 짜릿한 흥분이 있었다.
그런 허술한 가정과 짐작이 서실리아의 머릿속으로 슬그머니 들어 와 자리를 차지하고 떠나지 않았다. 분명하고 거의 확실한 것에 불안 하게 도전하는 그 추정들은 애매하고 미숙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엄연 히 존재했고, 서실리아는 마음에 위안을 주는 그 의혹의 속삭임에 귀 를 기울였다. p.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