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끔찍하다! 오 끔찍해! 너무나 끔찍해!" 남편이 죽음의 고통을 상기하며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말한다. 남편은 세상 모든 아버지가 하고 싶어할 일을 했다. 아이의 고통을 자기가 지고, 아이와 자리를 바꾸고, 아이 대신 자신을 내주어 아이를 살리려 한 것이다.
애그니스는 이 모든 이야기를, 나중에, 남편에게 할 것이다. 연극이 끝난 다음에, 마지막 정적이 내려앉은 다음에, 죽은 자가 살아나 무대 가장자리에 다른 배우들과 같이 선 다음에 남편과 아이가 손을 맞잡고 우레 같은 박수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또 숙인 다음에 무대가 텅 비고 더는 흉벽도 무덤도 성도 아니게 된 다음에 그가 애그니스를 찾으러 회칠 흔적이 아직 남은 얼굴로 관객을 가까스로 뚫고 온 다음에 그가 애그니스의 손을 잡고 버클과 가죽으로 연결된 갑옷 가슴팍에 끌어안은 다음에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는 극장의 둥근 공간이 그 위 하늘처럼 텅 빈 다음에. (전자책 기준 97%)
지금, 애그니스는 관객 맨 앞, 무대 가장자리에 있다. 애그니스는 두 손으로 나무 테두리를 붙든다. 팔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햄릿이, 애그니스의 햄릿이, 만약 그애가 살았다면 되었을 모습으로, 그리고 남편의 손, 남편의 수염, 남편의 목소리를 지닌 유령이 있다.
애그니스는 그들에게 인사하듯, 세 사람 사이에 감도는 공기를 느끼듯, 관객과 배우 사이의 경계를, 현실과 극 사이의 경계를 뚫고 나가고 싶다는 듯 손을 뻗는다.
유령이 무대에서 나가려다가 애그니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는 애그니스를 똑바로 보고, 시선을 맞추고, 마지막 대사를 한다.
나를 잊지 마. (전자책 기준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