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인생 을 짧게 줄여놓은 파노라마 영상을 볼 때면 으레 눈물이 흘렀다. 이미 살고 난 뒤에 되돌아보면 일생이란 저렇게 짧게만 느껴지겠 구나 싶은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더 근원적인 감정은 어떤 분함 에 가까웠다. 일생이란 결국 하루하루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인 데, 왜 살고 나서 돌아보면 그 많은 날은 가뭇없고 속절없는가, 왜 우리는 그 나날들을 '충분히' 살아내지 못하는가. 시간을 사는 인 간의 이런 종적 결함이 원통해서 눈물이 났던 것일까. pp.234
라킨의 시에서도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그런 식으로 시간을 공간화한 표현들이다. 그는 하루하루의 나날들을 "우리가 사는 곳"이라고 규정한 다음, 이 시의 핵심적 인 질문을 던진다. "나날들이 아니라면 우리 어디에서 살 수 있을 까? where can we live but days?" pp.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