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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사비스와 데이비드 실버가 알파고의 내부 시스템이 37수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들여다보았을 때, 알파고가 37수에 부여한 확률값은 만분의 일이었다. 즉 알파고가 인간의 바둑을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인간만 명 중에 단 한 명만이 정확히 그 순간 바둑판의 해당 위치에 착수하는 것
을 고려한다는 뜻이었다. 알파고는 바로 그러한 수를 선택했다. 즉 이세돌이 기계를 뛰어넘어 대국에서 승리하려면 그 정도 수준의 지략과 창의성을 발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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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주저하지 않았고 두 번 생각하지도 않았다. 지치는 일도 없었다. 자기 의심 따위는 알지도 못했다. 스타일이나 아름다움 따위에 무관심했으며 프로바둑기사들처럼 서로 속고 속이며 치밀한 심리전을 벌이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에 철저히 무관심한 채로 그저 이기는 것에만 몰두했다. 알파고에게는 단 한 집 차이로 이긴다 해도 그저 똑같은 승리일 뿐이었다. 이따금 알파고가 모두의 눈에 형편없고 평범해 보이는 '게으른 수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한국의 어느 해설자가 지적한대로 알파고의 게으른 수는
철저히 계산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