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젊다는 것'에 관해 생각했다. 단지 젊기만 하다는 것 은 젊음 외에 내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 는 것을 의미했고, 나는 그 사실을 견디느라 젊음을 다 소모해 버린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무언가가 되라는 목소리에는 늘 저항감을 느꼈었다. p.189
그런데 얼마 전 희욱이 내게 말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 겠다고. 결혼한다는 건 미래를 함께하기로 약속하는 건데, 너 는 미래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잖아, 하고. 뭘 생각해야 되 는데, 내가 대꾸하자 그는 뭐라도 생각해야지, 그래야 절충을 할 거 아냐. 하고 말했다. 마치 그가 원하는 미래와 내가 원하 는 미래를 절충하면 둘 모두가 만족할 만한 무엇이 만들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절충 같은 단어는 두 기업이 서로 합병할 때나 쓰는 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pp.189-190
아니, 그냥 더는 아등바등하고 싶지 않아졌달까. 구멍이야 있든 말든 신경쓰고 싶지 않아졌어. 네 형부를 만나서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그냥 나이를 먹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됐고, 지금은 편해. p.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