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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아는 결정하는사람이다. 가장이자 대표로서 출판사이름을 결정하고 직원들 월급을 결정하고 책 제목을 결정한다. 또한 책값을 결정한다. 자신이 팔 물건에 합리적인 가격을 매기는 것은 상인의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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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아가책으로 이마를 찧는다. 인쇄기가 책을 찍을 때보다 더 센 강도로 자기 이마를 때린다. 세 대 정도 치자 정신이 번쩍 든다. 가격이 잘못 표시된 신작이천부가 전국에 뿌려지기 일보직전이다. 자책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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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출판사를 처음 차릴 때만해도 슬아는 책만드는 일이 딱히 두렵지 않았다. 잘 몰랐으니까 몰라서 무턱대고 씩씩하게 할수 있었다. 지금의 슬아는 그렇지 않다. 글쓰기와 출판이라는 작업이 갈수록 어렵게 다가온다. 책을 만들어 몇천부씩 인쇄하는 것이 중대한 결정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점에서 할아버지와슬아의 운명은궤 를 달리한다. 할아버지는 양면테이프를 두려워하는 사장이 아니었다. 이제 슬아는 책이 양면테이프보다 열 배는 두려운 무엇임을 안다. 그 두려움을 알게 된 것에 안도한다. 책을 사랑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자들이 출판사를 운영해야한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