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보 살피다'는 '살피다'를 품고 있다. 그러니까 살피지 않으면 보살필 수 없는 것이다. 무엇을 살피는가? 다가올 시간이 초래할 결과를 살핀다는 것이다. 이런 보살핌을 우리는 돌봄care이라 부른다. (현 대사회학/여성학에서 돌봄은 중요한 이슈이지만 여기서는 단지 박 준의 시가 알려주는 대로만 이해해보기로 하자.) 돌봄이란 무엇인 가.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그가 걷게 될 길의 돌들을 골라내는 일이고, 마음이 불편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그를 아프 게 할 어떤 말과 행동을 걸러내는 일이다. 돌보는 사람은 언제나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이다. 당신의 미래를 내가 먼저 한번 살고 그 것을 당신과 함께 한번 더 사는 일. pp.316-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