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언젠가 말했다. "내가 너였음 세상 제일 행복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아니었고, 그렇게 행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엄 마에게 진 빚을 갚으려고 계속 그 길을 갔다. 거기엔 엄마의 유일한 인생 목표가 자녀들에게 더 많은 기회 를 주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내가 느낀 개인적 부채감도 있 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사회가 엄마에게 진 빚도 있었다. 음식을 만들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이민자들에게 미 국 사회가 진 빚.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서 제 몸과 성노동을 바 쳤지만, "노고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단 한 번도 듣지 못한 수 많은 젊은 여성에게 한국 사회가 진 빚도 미국에서나 한국에서 나 이들은 감사의 말을 듣기는커녕 오히려 빚을 진 사람들에게 사회악의 근원 취급을 받고, 근절의 대상이 되었다. 나는 엄마에 게 진 사회적 빚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는 느낌에서 도무지 벗어 날 수가 없었고, 그 부담을 덜 유일한 방법으로 직접 그 빚을 조 금이나마 되갚았다. 엄마가 꿈꾸던 대로 "위대한 학자"가 됨으로 써, 엄마의 구원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엄 마의 삶을 연구하고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나도 그 구원의 한 조각이나마 찾을 수 있을지 모르고. p.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