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육체적·정신적 대사 과정을 시인은 "조건 반사적 자동 반복적"이라는 표현으로 폄훼한다. 여 기에 담겨 있는 감정은 모욕, 굴욕, 치욕이라고 할 때의 그 '욕' 이다. 욕으로 유지되는 목숨을 시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쓰레기" 혹은 "오물"이라 지칭한다.
생에 대한 거식증이라고 할까. 완전한 단식에는 실패하는, 그래 서 결국 똥을 먹고 쓰레기를 토해내는 삶이다. 이보다 더 처절한 자기인식을 지금도 우리 시에서 쉽게 찾기는 어렵다. pp.273
'제한'이라 는 배타적 표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나에게 존재론적 정착감을 제공하는 것만이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뒤집어 말하 면, 존재론적 정착감을 제공하기만 한다면 그것이 무엇이건 내 사 랑의 대상이 되기에 족하다는 뜻이 된다. pp.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