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부치는 안중근과 우덕순의 범죄는 자국의 영고성쇠와 그 유래에 관한 정당한 지식의 결핍과 이토공의 인격과 일본의 국 시에 관한 지식의 결핍에서 생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논고의 서두에서 말했다. 안중근은 범행에 사용할 자금이 없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석산에게 백 루블을 강탈했고 우덕순은 블라디보스토크의 하숙집에 숙박비 칠 루블이 밀려 있다. 이런 부랑아들이 천하를 짊어지겠다는 것은 미치광이의 과대망상이다. 라고 미조부치는 말했다.
미조부치의 어조는 법전을 읽듯이 건조했고 반듯했다. 안중근과 우덕순은 정치범이 아니고 사전 공모에 따라 범행한 살인범 이라고 미조부치는 결론지었다. 미조부치는 안중근에게 사형을 우덕순에게 징역 이 년을 구형했다. pp.239
논고와 변론은 이틀에 걸쳐서 길게 이어졌다. 안중근은 피고 인석에 앉아서 잠자코 들었다. 검찰관은 안중근의 범죄가 무지 와 오해의 소치이며 이것이 살의의 바탕이라고 말했고, 변호인 은 이 무지와 오해는 동정할 만한 것이고 감형의 사유가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관의 논고와 변호인의 변론이 가지런하게 잇닿아서 서로를 꾸며주고 있었다. pp.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