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은 거슬러올라가보면 모두가 같은 조상을 만나게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결국 우리는 하나의 점에서 폭발해 나온 것이 아니겠냐고 했다. 모두가 하나의 점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아무리 이질적인 존재라고 해도 서로에게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나는 하나였던 무언가가 어떤 이질감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분화를 시작한 것이 아니겠냐고 대꾸했다. 태초의 무언가는 어느 날 불쑥 대분화를 시작했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또 열이 되는, 자기 안의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것들이 끝없이 쏟아져나오며 갈라지고 갈라지기를 거듭하는 어마어마한 속도의 분열이었다. 그러니까 태초에 무언가가 있었고 무슨 이유에선가 급작스러운 폭발을 시작했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발견한 까닭에, 도무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pp.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