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가 없다. 이 모든 것이 결핍의 거미줄에 걸린 듯한 기분이다. 어느 쪽으로 몸을 돌리든 거미줄과 촉수가 몸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이곳 이 마을 이 집에 돌아와 있고, 이 모든 것이 그를 다시는 달아나지 못하게 만들 것 같아 두렵다. 이 슬픔, 이 상실이 그를 여기에 붙들어놓고 런던에서 이루어놓은 모든 것을 무너뜨릴 까봐. 그가 없으면 극단은 혼란과 무질서에 빠질 것이다. (전자책 기준 76%)
쌍둥이였는데 이제는 쌍둥이가 아닌 사람을 부르는 말은 뭐야, 주디스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녹인 수지에 두 겹으로 접은 심지를 넣다가 동작을 멈추지만 주디스를 돌아보지는 않는다.
아내였던 사람은 남편이 죽으면 과부가 되잖아, 주디스가 계속 묻는다. 부모가 죽으면 아이는 고아가 되고, 그럼 지금 나를 가리키는 말은 뭐야?
모르겠어, 엄마가 말한다.
주디스는 녹인 수지가 심지 끝에서 그 아래 그릇으로 떨어지는 것을 본다.
그런 말은 없는지도, 주디스가 말한다.
그런가봐, 엄마가 말한다. (전자책 기준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