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띠이랑 겉질은 심지어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 14장에서 했던 이야기다. 당신이 가벼운 쇼크를 받으면, 뇌에서 (더 평범한 통증 지표 영역들과 더불어) 앞띠이랑 겉질이 활성화한다. 그런데 그 대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쇼크를 받는 모습을 지켜본다고 하자. 이때 당신의 뇌에서 다른 통증 지표 영역들은 잠잠하지만, 앞띠이랑 겉질만은 활성화한다. 앞띠이랑 겉질 뉴런들에게는 타인의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그냥 말로만 하는 소리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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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뇌는 물리적 통증과 정신적 통증을 뒤섞는다. 피부, 근육, 관절의 통증 수용체가 내는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P물질’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P물질은 통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놀랍게도, 임상적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의 뇌에서는 P물질의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그리고 P물질의 활동을 막는 약물은 뚜렷한 항우울 효과를 보인다. 아픈 발가락과 아픈 마음이 다르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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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를 담당하는 영역은 우리가 익히 안다. 섬겉질이다. 만약 당신이 상한 음식을 베어물면, 뇌에서 섬겉질이 활성화한다. 이것은 모든 포유동물에게 공통되는 현상이다. 콧등이 찌푸려지고, 윗입술이 말려 올라가고, 눈이 가느스름해진다. 모두 입, 눈, 코 안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다. 심장이 느려진다. 당신은 반사적으로 음식을 뱉고, 구역질한다. 정말로 토할 수도 있다. 모두 독소와 감염성 병원체로부터 당신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