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더 가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 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 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 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 었다. 그 빛이 사라진 후, 나는 아직 더듬거리며 내가 어디까지 왔 는지 어림해보곤 한다. 그리고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도 나는 그 녀가 갔던 곳까지는 온 걸까. 아직 다다르지 않았나. p.44
나의 숨은 흰 수증기가 되어 공중에서 흩어졌다. 나는 그때 내가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겨울은 사람 의 숨이 눈으로 보이는 유일한 계절이니까. 언젠가 내게 하고 싶 은 말을 참으며 긴 숨을 내쉬던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보일 것처 럼 떠올랐다.
그 모습이 흩어지지 않도록 어둠 속에서,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