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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때 묘하게 들린 것은, ‘가장 행복해야 할 한 쌍’이라는 마지막 말이었다. 선생님은 왜 행복한 한 쌍이라고 단언하지 않고 굳이 행복해야 할 한 쌍이라고 말했을까? 나는 그 말이 석연치 않게 느껴졌다. 특히 그 말을 할 때 어투에 힘이 들어가 있던 게 마음에 걸렸다. 선생님은 과연 행복한 걸까? 아니면 행복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행복하지 않은 걸까? 나는 내심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의구심도 그때뿐, 이내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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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 가정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연애의 반쪽만을 상상으로 그려본 데 지나지 않았다. 선생님의 아름다운 연애 뒤에는 무시무시한 비극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비극이 선생님에게 얼마나 비참한 것이었는지, 연애 상대였던 사모님은 전혀 알지 못한다. 사모님은 아직도 모른다. 선생님은 그걸 사모님한테 숨긴 채 죽었다. 사모님의 행복을 파괴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목숨을 파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