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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결심을 하고부터 오늘날까지 몇 년이 지났을까요. 나와 아내는 처음처럼 사이좋은 부부로 살아왔습니다. 결코 불행하지는 않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껴안고 있는 한 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이 한 점이 아내에게는 언제나 암흑으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걸 생각하면 나는 아내에게 몹시 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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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셈 치고 살아가려고 결심한 내 마음은 이따금 외부의 자극을 받아 팔딱였습니다. 하지만 내가 어느 방면으로든 나아가려고만 하면, 무서운 힘이 어디선가 나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내 마음을 꽉 움켜쥡니다. 그러고서 그 힘은 내게 넌 아무것도 할 자격이 없는 남자라며 윽박지르듯이 말합니다. 그러면 나는 그 한마디에 온 힘이 쭉 빠졌습니다. 얼마가 지나 다시 일어서보려고 하면 또 옭죄어왔습니다. 나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왜 남 하는 일을 방해하느냐고 악을 썼지요. 불가사의한 힘은 싸늘하게 웃습니다. 네가 더 잘 알 텐데, 라면서. 나는 또다시 온 힘이 쭉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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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주십시오. 나는 그런 식으로 살아왔습니다. 자네를 처음 가마쿠라에서 만났을 때도, 자네와 함께 교외를 산책했을 때도, 내 마음 상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내 뒤에는 언제나 검은 그림자가 붙어 있었습니다. 나는 아내를 위해 목숨을 부지하고 세상을 살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