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여자는 결혼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듯 체는 말했다. 알지만 그런 법규 따윈 상관없다는 듯 앙헬에게 제안했다. 앙헬도 체의 그런 면을 모르지 않았다. 체는 여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영화를 좋아했고 여자 멤버로 이뤄진 밴드의 공연과 여자의 벗은 몸을 그린 여자 화가의 전시를 좋아했다. 여자에겐 대체로 호의적이었으며 본인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어두운 표정의 여자를 보면 쉽게 사랑에 빠졌다. pp.79
앙헬은 체가 좀더 태연히 말해주길 바랐다. 자기에 대해, 자기의 주름에 대해, 언젠가 앙헬에게 함께 미술관에 가자고 하며 "넌 그냥 가도 돼. 장애인 동반 일인은 무료야"라고 말했던 것처럼. 어떤 그림 앞에 오래 서서 "난 여자 가슴이 좋아"라고 말했던 것 처럼. pp.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