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렘이 말했다.
-너는 가기로 작정을 하고 나를 찾아왔구나. 나는 너의 사람 됨을 알고 있다. 너의 영혼을 나는 가엾게 여긴다.
안중근이 일어서서 물러가려 할 때 빌렘은 돌아앉아서, 겟세마네의 예수를 향해 기도드리고 있었다. pp.67
남편은 또 어디론지 떠날 것 같았다. 집에 와 있을 때도 남편은 늘 나그네 같았다. 남편에게는 넘어서지 못할 낯섦이 있었다. 김아려는 남편 앞에서 수줍어했다. 그 사내는 땅에 결박되어 있으면서도 땅 위에 설 자리가 없었다. 김아려는 남편의 운명을 감지하고 있었다. pp.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