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자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기억하지 않는 특유의 재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돌아볼 만한 인생을 살지 않았다'며 기억을 묻어둔다고 해서 괴롭지 않은 건 아니었다. 충분히 괴로웠다. 괴롭지 않다고, 괜찮다고 생각하려다보니 진실과 위장 사이의 그 간극으로 인하여 괴로웠다. pp.309
아무데서나 한숨을 쉬는 건 그녀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절대 하지 않는 일 중 하나였다. 한숨을 쉬는 인간은 좋아보이지 않으니까. 자신의 인생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좌판에 내놓고 구경하라는 거니까. 그건 한마디로 하류였다. pp.310-311
이럴 때 사람들은 낙관적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겪은 불행이 자기에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무사히 살아남은 것처럼 남은 생 역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인생을 망친 이유로 지목되는 허영심, 주제넘음, 자존심 같은 것들이 자기에게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그런 부덕들을 가뿐히 뛰어넘을 능력과 용기가, 하다못해 운이 있다고 생각한다. pp.321
사람들은 계속해서 맥 레이디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녀의 삶을 해석했다. 그들은 레이디의 죽음을 통해 남들이 얼마나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는데 신중호도 그들 중 하나였다. pp.322
레이디는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을 살았다. pp.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