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신경계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재지도화’될 수 있다. 내가 손의 촉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겉질 부위에 뇌졸중 손상을 입었다고 하자. 손에 있는 촉각 수용체는 기능이 멀쩡하지만 이제 말을 걸 뉴런이 없고, 그래서 나는 손의 감각을 잃는다. 그런데 이후 몇 달에서 몇 년이 흐르면, 그 수용체의 축삭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돌기를 뻗어서 겉질에서 그 옆의 부위로 비집고 들어가 그곳에서 새로 시냅스를 맺을 수 있다. 그러면 서서히 손에 부정확하나마 촉감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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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감각 투사 뉴런들은 재지도화할 수 있다. 그리고 가령 시각장애인에게서 시각 겉질 뉴런들이 점자 처리를 맡게 되면 그 뉴런들도 새롭게 투사할 곳을 찾아서 재지도화할 필요가 있으므로, 재지도화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가소성의 파동이 퍼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