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예나 지금이나 속물이었다. 동시에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세속에서 살아가는 재능과 살아가기 위한 노력 을 겸비한 천재였다. 성공하고픈 욕망이 가득했고 실제로 차근차근 이루어가고 있었다. 아마 수많은 기업인들이 동생과 비슷한 단계를 거쳤을 것이다. 다만 그들 대다수는 부의 정점에 오른 다음에도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주했다. 노동자를 밟아 누르고, 중소기업을 피눈물 쏟게 했으며, 정치인과 야합해 나라를 제 입맛에 맞게 건드렸다. 왜 그럴까 늘 생각했는데 오늘 그 답의 편린을 주운 느낌이었다. 그들은 원칙이 없었거나 권력을 얻으며 잃어버렸다. 방향성 없는 권력은 블랙홀처럼 팽창하며 약자들을 집어삼킨다. 동생은 다르리라. 그들처럼 부자가 된다 한들, 마음 속에 원칙을 품고 계속 실행하는 한 비열한 기업인이 되지 않으리라. 그건 바람이자 확신이었다. pp.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