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그 몇 해 동안의 세상이, 그 시기만의 풍미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다고 나를 삼켜버리기로 굳게 결심한 채 복수하러 되돌아온 듯했다. 때로는, 고통으로 인해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고통은 내가 그렇지 않다는, 즉 미치지 않았다는 신호 그 자체였다. pp.18/76 (전자책 기준)
나는 감정과 감성이 물질적인 성질을 띤다는 것을 처음으로 분명 히 알게 되었고, 온몸으로 그것들의 밀도와 형태뿐만 아니라, 내 의식의 제재를 받지 않는 그들의 독립성과 완벽한 행동의 자유를 느꼈다. 이러한 내면 상태에 견줄 만한 것들을 자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날뛰는 바다. 깎아지른 절벽의 붕괴, 심연, 해조류의 증식, 난 물과 불에 빗댄 비유와 은유의 필연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심지어 가장 닳고 닳은 표현조차도, 어느 날 그 누군가가 실제 겪었던 것이다. pp.18-19/76 (전자책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