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기 버튼을 클릭하기 전에 내가 쓴 메일을 읽었더니 그건 마치 어떤 사랑의 종말기 같았다. 그 누구도, 심지어는 사랑했던 두 사람도 기억하지 못하는, 짧고 은밀했던 사랑의 종말에 대한 보고서. pp.180
"우리에게는 아직도 지켜볼 꽃잎이 많이 남아 있다. 나는 그 꽃잎 하나하나를 벌써부터 기억하고 있다는 걸 네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 뿐" pp.181
그렇다 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 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pp.181
거기에는 그저 어둠뿐이었어. 세상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그저 캄캄한 밤바다. 그런데 가만히 바라보노라니까 그 어둠 속에도 수평선이 있어서 어둠과 어둠이 그 수평선을 가운데 두고 서로 뒤섞이는 거였어. 제주로 가는 길에 대한 기억이라 면 그것뿐이야. 캄캄한 밤바다, 경계를 무너뜨리며 서로 뒤섞이는 두 개의 어둠. p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