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정문 안의 다섯번째 건물로 이끌려갔다. 시멘트벽돌로 지은 네모난 단층 건물로, 앞뒤에 미닫이문이 달려 있었다. 곧 도살당 할 돼지들을 가두어두려고 지은 건물이었다. 이제는 미군 전쟁포로 백 명을 위한,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집 역할을 할 것이었다. 안에는 침상들, 배불뚝이 난로 두 개, 수도꼭지 하나가 있었다. 건물 뒤는 변소였는데, 가로장 하나짜리 담 밑에 들통들이 놓여 있었다.
건물 문에는 커다랗게 번호가 적혀 있었다. 5였다. 미국인들이 안에 들어가기 전에 유일하게 영어를 하는 경비병이 큰 도시에서 길을 잃어버릴 경우에 대비해 간단한 주소를 외우라고 말했다. 그들의 주소는 슐라흐토프-핀프 Schlachthof-fünf였다. 슐라흐토프는 도살장이란 뜻이 었다. 퓐프는 너무나도 친근한 5였다. pp.191-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