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무렵 내 머리에서는 솜털같은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화장실에서 거울을 바라보다가 정수리 부분에 자그마하게 일어난 머리털들을 발견했다. 꼭 어린아이의 것처럼 부드럽고 약한 모발이었다. 밤에 자리에 누우면 나는 손을 올려서 그 잔머리들을 쓰다듬곤 했다. 간질간질한 기분과 함께 졸음이 오면 기분 좋은 꿈을 꿀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이 둥글고 환한 지구에서 살아가는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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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달의 바닷가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밤하늘의 저 먼 데를 쳐다보면 아름답고 둥근 행성 한구석에서 엄마의 딸이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때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진짜 이야기는 긍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언제나 엄마가 말씀해주셨잖아요? 85% (158/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