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의 명제는 타당해 보이지만, 내가 보기엔 불완전하다. 카뮈의 자살 문제와 씨름 한 뒤, 그래,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지금 그렇다는 얘기다. 실존주의적 판단은 늘 임시적이다) 그 후엔 더욱더 성가신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침대에서 나가야 하나? 내가 보기엔 이것이 유일하게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다. 우리를 이불 속에서 끌어내주지 못한다면 철학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전자책 기준 6%)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이런 종류의 문제에 대해 (침대 위에서는 아니었겠지만) 깊이 고민했다. 흄은 모든 질문을 두 부류, 즉 '존재'와 '당위'로 나누었다. '존재'를 다룬 사실이 늘 도덕과 관련된 '당위'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존재-당위 문제'는 '흄의 기요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흄은 '당위'에서 '존재'를 분리하고 둘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회삿돈을 횡령하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횡령을 안 하는 것이 '마땅한 의무'다. (전자책 기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