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러 면에서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를 연상케 한다. 두 책의 저자들은 모두 한국계 어머니를 둔 혼혈의 미국인으로,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와 음식의 중요성을 주제로 삼았다. 양쪽의 어머니들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들은 가족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미국에 온 어머니들은 외로움, 문화의 차이,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며 살았고, 저자들은 그런 부모님들의 영향 아래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성장했다.
그러나 이 책은 기본적으로 "H마트에서 울다"와 다르다. 저자의 어머니 군자는 젊었을 때 부산의 기지촌에서 접대와 매춘의 경험이 있었다. 그레이스 조는 이를 연구해 박사학위 논문으로 작성하고, 이 연구를 토대로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군자는 또한 조현병을 앓았고, 그레이스는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조현병에 대한 연구도 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전쟁, 기지촌 여성들의 삶, 이민자의 삶, 문화차이, 트라우마, 조현병 등의 다양한 주제를 깊게 다룬다. 다양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이질감 없이 이어지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군자와 그레이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제목의 '전쟁같은 맛'은 군자가 겪은 전쟁의 트라우마를 반영한다. 그레이스는 이 책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어려운 내용이지만, 군자가 책의 작성과 출판을 지지해준 덕분에 가능했다.
군자는 쉽지 않은 삶을 견디며 강한 생활력과 용기를 보였다. 인종차별이 심한 환경에서도 살아갔으나, 그 대가는 크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들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군자의 조현병, 기지촌에서의 삶 등은 사회적인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었다. 특히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군자와 그레이스의 추억과 기억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책을 읽는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공감할 수 있을까?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 주제들 속에서도,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가족 사이의 사랑, 인간들 간의 유대감, 그것이 이 책의 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