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하고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던 그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그들은 누구의 죽음에 대 이야기하고 있었던 걸까? 사실, 그 대답은 자명했다. 너저분하 고집스러운 신체의 죽음. 그런 생각을 하면 나 자신을 관통하고 있는 모든 요소가 하잘것없게 느껴졌고, 오로지 벗어나기 위해 존 재하는 시간을 끝도 없이 흘려보내는 중인 것만 같았다. p.291
그 순간, 나는 인정해야 했 다. 내 새끼손가락이 잘려나가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붙들 수 있 는 딱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그와의 신의를 선택하지는 않으 리라는 것을. 나는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내가 그와의 관 계에서 다른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을 소유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쪽을 선택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그 사실을 사방팔방으 로 떠들어댈 것이었다.
그게 바로 나라는 인간의 핵심이었다. p.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