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내내 품었던 암울한 숙명의 느낌을 아주 조용히, 하지만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 이런 식으로 재현시키는 것, 그 감정이 다시 돌아온 것은 내게 음울하고 무섭고 서글픈 영역을 보여주었다. 출구는 없었다. 어렸을 때 내게 출구가 없었다는 것, 그게 내가 말하려는 것 이다. pp.278
요점은 결코 자신을 떠나지 않는 문화적인 빈 지점이 있다는 말이고, 다만 그것은 하나의 작은 점이 아니라 거대하고 텅빈 캔버스여서, 그게 삶을 아주 무서운 것으로 만든다는 사실이다. 윌리엄은 그런 나를 세상으로 안내한 듯하다. 그러니까 내가 최대한 안내될 수 있는 만큼. 그가 내게 그걸 해주었다. 그리고 캐서린도. pp.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