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죽음을 가벼이 여겼고 삶을 가벼이 여겼다.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적은 죽일 수 있었고 삶을 가벼이 여기는 적도 죽일 수 있었다.
적은 한사코 달려들었다. 적은 늘 뱃전을 건너와 맞붙잡고 칼로 찌르기를 도모했다. 적의 수군은 오랜 육군의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적은 수군이라기보다는 배를 탄 육군에 가까웠다. 적은 무수한 병졸들의 개인의 몸으로 돌격해 들어왔다.
그때, 적은 눈보라처럼 몰아쳐왔다. 적은 휘날렸고 나부꼈으며 적은 작렬했다.
달려들 때, 적이 죽기를 원하는지 살기를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달려드는 적 앞에서 나는 물러섰고 우회했고 분산했다. pp.205-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