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파리에 와서 사람들-스웨덴 여기자와 프레르 부부-을 만나고, 밝은색 양복, 넥타이, 유행하는 머리 스타일을 한 세련된 남자들이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관계가 극도로 평범하고 싱겁다는 생각이 든다. 남녀가 가끔 만나서 섹스하는 관계일 뿐. 그것은 마치 모든 상상의 겉치레를 던져버리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서글픈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사물을 그런 눈으로 느끼고 확인하는 것은 나 자신이지 다른 사람이나 그의 견해를 빌린 것은 아니니까. pp.147/350 (전자책기준)
아무 소식도 없다. 해를 쳐다보면 두통이 난다. 그리고 미칠 듯한 우울증에 빠진다. 두렵다. 그가 전화할 수 있는 시간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내일 하루를 생각한다. 왜 기다리는가. 한결같은 고통 속으로 깊숙이 빠진다. S와의 관계에서 나는 아무것도 장악하지 못했다. 결국 결별의 주도권을 잡은 것도 그다. 그는 서서히 도망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pp.150/350 (전자책기준)
시간이 갈수록 끝장났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이유는 언제나 그렇 듯 알 수 없다. 온갖 모든 일에 대한 혐오(정원 일 등), 계속되는 번민. 지금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10월부터 11월까지의 행복이 유감스러울 정도다. 저지에 가는 것을 마치 해방되는 것처럼 기대하고 있다. 그것은 전화를 기다리는 이곳에 더이상 있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의미한다. pp.150/350 (전자책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