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남편이 항상 말하던 ‘인과응보가 행해졌다’는 원칙은 나를 빗나갔다. 아니, 내 입장에선 인과응보가 행해졌다고 볼 수도 있었다.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이 결국 폭력의 피해자에게 죽임을 당했으니까. 73%
어쩌면 사람들의 생각처럼 스물세 살에 멈춰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건 그때 죽은 언니 탓이 아니다. 언니가 죽었기 때문도 아니다. 그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회피하고 도망친 내 탓이다. 나는 언제나 도망쳤다. 남편의 눈에 서린 냉소를 봤을 때도 모른 척하고 도망쳤다. 75%
은하는 언제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듯 자신의 논리를 펼쳤다. 나는 묻고 싶었다. ‘당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살인자라도 이렇게 행동할 수 있나요?’ 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