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여전히 플라톤주의자처럼 생각하고 있어. 우주의 나이는 기껏해야 150억 년 정도밖에는 안 돼. 무한 따위를 만들어 낼 시간 여유는 없었다는 얘기야. <저쪽> 체계가 영원히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도 없어. 왜냐하면 <결점> 너머에는 그 어떤 체계에도 속하지 않는 공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아무도 손을 댄 적이 없고, 단 한 번도 검 토된 적이 없고, 참이나 거짓이라는 판정을 받은 적이 없는 공리들이 말이야. 그리고 이 우주에 존재하는 기존의 수학 체계들 너머로 손을 뻗쳐서 <저쪽>을 포위할 필요가 있다면 그러는 수밖에 없어. 그게 가능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일단 우리가 먼저 그럴 수만 있다면. (전자책 기준 67%)
위언은 나를 돌아보았다. 긴장된 얼굴은 고뇌의 빛이 역력했지만, 그는 사려 깊은 어조로 말했다. "만약 수를 셀 때 쓰는 우리의 산법이 이런 큰 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수학이라는 이데아 자체가 정말로 결함을 가지고 있고, 유동적이라는 뜻일까? 그게 아니면, 물질의 행동은 언제나 이데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봐야 할까?"
나는 대답했다. "만약 모든 부류의 물리적 객체들의 행동이, 그것이 바위든 전자든 주판알이든 간에 예외 없이 똑같은 방식으로 이데아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런 식의 행동을 야기했거나 규정한 것이 수학이 아니라면 뭐겠습니까?" (전자책 기준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