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자주 그애 생각 해?" 그가 말한다.
순간 애그니스는 당황한다. 있었던 일에 대한 해명, 변명, 어쩌면 사죄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렇게는 살 수 없어,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게 되었어, 런던에 가면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가 이렇게 말할 것에 대비해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그애? 얼마나 자주 생각 하냐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전자책 기준 84%)
애그니스는 그걸 보고 두 손가락으로 짚어 흙 묻은 앞치마 위에 평평하게 편다. 처음에는 이게 뭔지 모른다. 인쇄된 종이다. 글자가 많이, 아주 많이 줄줄이 무리지어 단어를 이루고 있다. 맨 위에 남편의 이름이 있고, '비극'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리고 거기, 종이 한가운데에, 가장 큰 글자로 애그니스 아들의 이름이, 아들이 세례를 받을 때 교회에 울려퍼진 이름이, 묘비에 적힌 이름이, 쌍둥이가 태어난 직후 남편이 돌아와 아기를 안기 전에 애그니스 자신이 지어준 이름이 있다.
애그니스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게 아들의 이름이 런던의 연극 전단에 있나? 뭔가 기이하고 희한한 착오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 아이는 죽었다. 이 이름은 아들의 이름이고 아이는 죽은 지 사 년이 좀 못 되었다. 그애는 아이였고 이제는 어른이 되었을 테지만 죽고 말았다. 그애는 그애일 뿐, 연극이 아니고, 종이 한 장도 아니고, 입에 올리고 연기하고 전시할 무언가도 아니다. 그 애는 죽었다. 남편도 알고, 조운도 안다. 애그니스는 이해할 수가 없다. (전자책 기준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