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니스가 밀집한 군중을 뚫고 무대 쪽을 향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고운 비가 내리 듯이 깨달음이 내려앉는다. 남편이 연금술을 부린 것이다. 이 아이를 찾아서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서고 어떻게 턱을 드는지 가르치고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연습을 시키고 준비를 시키고 가다듬은 것이다. 아이가 말하고 들을 대사를 쓴 것이다. 애그니스는 그 리허설을 상상해본다. 남편이 어떻게 세밀하고 정확하게 이 아이를 가르쳤을 지, 아이가 그걸 해냈을 때, 처음으로 그 걸음걸이로 걷고 그 가슴 아픈 고갯짓을 하는 것을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지. 남편이 이렇게 말했을까? 더블릿 단추를 풀고 타이를 늘어뜨려, 발을 끌면서 걷고, 머리카락에 물을 묻혀 이렇게 세워. (전자책 기준 97%)
햄릿은, 여기 무대에서, 두 사람이다. 살아 있는 젊은이, 죽은 아버지. 죽었으면서 살아 있다. 남편은 아이를 자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되살렸다. 애그니스는 유령의 대사를 들으며 남편이 이 극을 쓰고 유령 역을 맡으면서 자기 아들과 자리를 바꾸었음을 깨닫는다. 아들의 죽음을 자기 것으로 삼았다. 자신을 죽음의 수중에 넣고 대신 아이를 되살렸다.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