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문학상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자세히는 몰랐고, 수상작품집을 읽어본 것도 처음이다. 일단 이 문학상의 의의가 어떤 것인지 몰라서 책의 뒷부분에 나온 설명을 읽어봤고, 관련된 내용을 찾아봤다. 특이하면서도 의미있는 상이었다.
그리고 이전에 나온 수상작품집과 앞으로 나올 수상작품집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을 수상하는 것이 작가에겐 영광일 것 같고, 이 상의 수상작들은 믿고 봐도 되겠다고.
올해의 수상작가들 역시 다들 쟁쟁한 분들이다. 나도 좋아하는 분들이라 전작을 한 두 작품씩은 읽어봤었고 (문지혁 작가의 작품만 읽어본 적이 없었지만) 또 널리 알려진 작가들이라 누가 대상이었어도, 수상을 했더라도 납득이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심사평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대상 수상작은 그 이유가 있었고 수긍이 되었다.
이 작품집에는 여섯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대상인 편혜영작가의 <포도밭 묘지>를 비롯해서 김연수 <진주의 결말>, 김애란 <홈파티>, 정한아 <일시적인 일탈>, 문지혁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등.
각각의 작품들은 모두 특색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진 것은 그 속에 담긴 우리의 삶의 모습이었다. 한 사람의 삶, 여러 사람의 삶. 그 속에서는 특별한 사건도 있었지만 또 별다른 사건이 없기도 했다. 아니, 어찌보면 각각의 작품속에 등장한 모든 것이 사건일 수도 있겠다. 사소한 변화라고 하더라도. 때론 위태로워 보이는 것들도.
그것은 개개인의 특수성일 수도 있지만 보편성일 수도 있다. 나도, 누구도 겪을 수 있는 일들. 그러한 상황이 되면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들. 그것은 섬뜩하면서도 정해져있는 것들일 수도 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을 굳이 이해해보려 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보편성 때문일 수 있겠다.
우리가 연기를 하고 일탈을 하려고 해도 기껏해야 이 세상에서 단역이나 조연일 뿐, 주인공일 수 없는 현실. 그러나 일상의 소소한 틈새에서 주인공인 척 해보기도 한다.
각 작품의 결말은 명확하지 않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그저 뒷 이야기를 상상해보고,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생각해본다. 단편소설의 묘미가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아놓은 작품집이라 그럴까. 그래도 작품 그 자체를 온전히 이해해보려 한다.
작품들을 읽으며 작품과 비슷한 배경, 장소, 설정을 나의 기억에서 떠올리기도 했고, 비슷했던 경험들도 생각났다. 그래서인가, 작품을 읽으며 그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듯했다. 어쩌면 그것들이 나의 기억에 맞춰진 것일 수도 있어서 작품의 이해에 방해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는 더 도움이 된 듯했다.
내년도 수상작은 어떤 작품들이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