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니스의 머릿속에서 생각이 뻗어나갔다가 다시 모인다. 뻗어나갔다가 모이고, 다시 또다시. 애그니스는 생각한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 그럴 순 없어, 우린 어떻게 살지, 어떻게 하지, 주디스가 이 일을 어떻게 견디지,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지, 어떻게 계속 살 수 있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남편은 어디 있나, 그가 뭐라고 할까, 어떻게 하면 이 아이를 살릴 수 있었을까, 왜 못 살렸을까, 왜 얘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그러다가, 초점이 좁아지고, 애그니스는 생각한다. 내 애가 죽었어, 내 애가 죽었어, 내 애가 죽었어.
이 세 단어에서 아무 의미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의미를 머릿속에 담을 수가 없다.
내 아들, 내 자식, 내 아이, 셋 중에서도 가장 건강하고 왕성한 아이가 병에 걸려 며칠 사이에 죽어버리다니 불가능한 일이다. (전자책 기준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