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단지를 찬장에서 내렸다. 세라믹 조각들이 단지 속에서 요동쳤다. 나는 단지를 꽉 끌어안았다. 매끄럽고 차가운 단지의 감촉은 마치 M의 몸과도 같았다. 계속 단지를 안고 있다보니 마치 그것이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언제부터인가 내 몸속 어딘가가 차갑게 텅 비어 있는 것처럼 시리게만 느껴졌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단지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맨발로 복도로 나가 M의 집을 향해 걸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센서 등이 하나씩 불을 밝혔다. M의 집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몇 번을 두드리다 문손잡이를 돌려보았다. 거짓말처럼 문이 열렸다. p.232/256 (전자책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