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북 땅이었다가 이남 땅이 되고부터는 사정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한 집도 온전한 식구들이 없었다. pp.87
나는 그 살해 현장을 단지 목격만 한게 아니라 공범자였던 것이다. 나의 시골집 마당은 아직도 흙바닥이지만 양회 바닥처럼 단단하다. 내 친구의 어머니 시 신까지 하룻밤 사이에 동해바다로 토해낸 폭우도 우리 마당의 견고함을 범하진 못했다. 나의 입과 우리 마당은 동일하다. 둘 다 폭력을 삼켰다. 폭력을 삼킨 몸은 목석같이 단단한 것 같지 만 자주 아프다. pp.90
용용죽겠지 하는 투의 '소아마비'의 대답은 옳았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바보처럼 왜 물어봤을까. 어떤 상처하 고 만나도 하나가 될 수 없는 상처를 가진 내 몸이 나는 대책 없이 불쌍하다. p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