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마음을 가지지 말아라. 그런 마음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빨리 지치고 떠나는 걸 계속 봤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에게 갑자기 누가 큰 돈을 이유 없이 주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냐 아니다. 그렇게 생겨난 돈은 오히려 삶을 망친다. 그나마 애쓰면서 살아오던 삶이 무너지는 거다. 미안해하지 말고 너는 너의 일을 하면 된다.' pp.254
트라우마 생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생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답해주고 그 고통을 비하하는 사람들에 맞서 함께 싸워주는 이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생존자의 몸속에서 고통의 에너지로 머물던 사건은 언어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pp.259
물론 고통이 이야기가 된다고 해서 트라우마를 겪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모든 인간은 어찌할 바 없이 자신의 과거와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요. 그러나 "모든 슬픔은 당신이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 다"라고 한 소설가의 말처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는 생존 자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합니다. pp.259
저는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이 더욱 첨예해지기를 바랍니다. 다만 그 대립이 정치적 선동으로 인한 공허한 충돌이 아니라, 구체적인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현실에 뿌리박은 갈등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갈등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런 진통을 겪지 않고 생겨나는 대안은 현실에서 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p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