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이 겪어봤다가 아니라 당해봤다고 말씀하셔서, 나는 우 리가 정확히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줄 알았거든요."
우리가 앞으로 다시 만나 술잔이라도 기울이며 되새길 추억이 라곤 없었으므로, 나는 거기서 더 깊은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소로 때울 뿐이었다. p.161
비둘기처럼 다정한 가족은 포근한 둥지를 짓는다. 가족은 그래도 된다. 가족인데 뭐 어때서, 가족은 이왕 생겨났으니까 함께 에너 지 절약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세상의 똑똑하고 젊은 사 람들은 더는 그런 의미로 가족 따위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데도, 다른 무엇보다 그것이 자신의 에너지를, 나아가 섬멸이라고 보아 야 할 인류 절멸을 통해 지구의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임을 닦은 거울 들여다보듯 알고 있는데도, 세상은 자꾸만 새끼를 깔 수 있 는 형태의 가족을 만들라고 한다. 꾸역꾸역꾸역. 그러고 보니 비 둘기 울음소리 같지 않은가, 꾸역꾸역꾸역. p.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