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 우리는 이 책을 관통하는 한 가지 중요한 논점을 알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열혈의 폭력과 냉혈의 폭력을 구분한다. 전자를 더 잘 이해하고, 그 변명이 되어줄 요인을 잘 찾아낸다. 자기 자식을 죽인 살인자에 대한 분노를 못 이겨서 그를 죽이고 만 남자의 애통함을 상상해보라. 거꾸로, 무정한 폭력은 무섭고 불가해하게 느껴진다. 그런 폭력은 심박수에 일말의 변화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소시오패스적 청부 살인업자, 한니발 렉터 같은 인간의 폭력이다.* 냉혈한 살인이라는 표현이 고약한 뜻인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