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가 주로 사용한 말은 '필요하다 brauchen' 였던 모양이 다.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적어 보내면 '당신이 필요해요'라는 답장을 받게 되던 한 사람을 생각하는 일은 마음을 쓸쓸하게 한다. pp.21
'조'라는 한자는 세 개의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왼 편에는 손이 있고, 오른편 아래에는 나무, 그 위에는 세 개의 입이 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물론 그 내용을 전적으로 믿어도 좋 을지 모르겠으나, '손으로 나무 위에 있는 새를 잡는 모양을 따른 글자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거기에 '심'을 더한 '조심'의 뜻은 '손으로 새를 쥐는 마음'이 될 것이다. 손으로 새를 쥐다니, 과연 조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의 조심은 우선 '너'에 대한 조심이다. 나는 물건을 자주 떨 어뜨린다. 거기엔 단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꽉 쥐지 않기 때문이 다. 그러는 이유도 하나뿐이다. 떨어뜨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떨어뜨리면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결함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대체로 여기에 있다. pp.25
시인에게서 내가 배운 것은 '나'에 대한 조심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아이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새처럼 다뤄야 한다. 새를 손으로 쥐는 일은, 내 손으로 새를 보호하는 일이면서, 내 손으로 부터 새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내 삶을 지켜야 하고 나 로부터도 내 삶을 지켜야 한다. 이것은 결국 아이의 삶을 보호하는 일이다. 아이를 보호할 사람을 보호하는 일이므로, 자신을 사랑하 지 않는 부모는 아이에게 가해자가 되고 말 것이다. pp.26